화투 비광(雨光)에서 배우는 연애
연애칼럼 2009/11/04 09:16 |화투 비광(雨光)에서 배우는 연애
‘저 강사님 지난주에 소개팅을 했는데 그분이 마음에 들어서 문자로 영화를 보자고 했는데 좋다 싫다 말이 없네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모 기업 연애강의 중 한 남성으로부터 받았던 질문이다.
세상이 온통 온라인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시대이지만 나는 연애만큼은 발빠른 ‘디지털’ ‘온라인’ 보다 끈기 있는 ‘아날로그’ ‘오프라인’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분은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영화를 보자고 하면서 두 가지 실수를 했다.
첫째 첫 데이트 신청을 ‘문자’를 사용해 건성으로 보낸 것이다.
물론 문자로 보내는 것이 무조건 실패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가 여자에게 처음 영화를 보자는 방법으로 문자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영화 한번 보자고 편지까지는 쓰지 않았겠지만 이런 경우 내 후배는 오후 5시쯤 그 여자의 직장으로 맛있는 피자를 한판 보내준다. 물론 피자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피자니까 맛있게 드세요~ 그리고 다음에 맛있는 거 사주세요!’라는 ‘쪽지’를 포함해서 말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피자가 반품된 적은 한번도 없었고, 보통 그 날 저녁에 전화해서 주말 약속을 잡으면 좀 더 수월했다고 하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두 번째 실수는 한 번 시도해보고 포기할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남자가 다가온다고 ‘저는 쉬운 여자이니까 함부로 대해주세요’ 하는 여자는 없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가 친절하게 다가오면 일단은 ‘경계모드’를 발동시키고 남자의 진의를 파악하려고 노력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서너 번은 찍어보던 남자들이 요즘은 한 두 번 그것도 문자로 소심하게 찍어보고 반응이 별로면 그냥 포기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앞으로 지갑 안에 화투 패의 ‘비광(雨光)’을 한 장씩 넣고 다녔으면 한다. 바로 ‘비광’의 의미가 ‘될 때까지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비광에서 찾아봐야 할 숨은 뜻은 무엇일까요?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필요하다!
똥 광처럼 제대로 인정받는 ‘광’은 아니지만 ‘비광’에는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강조하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비광에 등장하는 인물인 오노 도후(894~966)는 일본 서체의 전형인 조다이오 서체를 만든 사람이다.
서예를 배우면서 늘 스승에게 혼나기만 했던 오노 도후는 서예가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자신의 짐과 우산을 챙겨 떠나려는 순간 버드나무 아래서 이파리를 잡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개구리 한 마리를 발견한다.
개구리가 이파리를 잡는 것을 보고 ‘포기’를 쉽게 생각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발길을 돌려 서예에 매진 마침내 성공을 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화투 패에 옮겨놓은 것이 비광이며 일본에서는 이 이야기를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결혼 적령기에 있는 남성 26∼30세, 여성 24∼28세의 성비는 올해 105명에서 2010년 120.1명, 2012년 124명으로 추산됐다고 한다. 이는 결혼 적령기의 20대 중반 여성 100명당 20대 후반 남성이 120∼124명이란 의미로 결혼적령기 남녀 성비의 불균형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나는 돈 있고 빽(?)도 있어서 결혼 걱정 안해도 된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이 ‘비광’의 뜻을 연애에서도 기억하기를 바란다. 당장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키를 키우는 것보다, 좋은 대학을 다시 가는 것보다 젖은 낙엽처럼 쓸어도 쓸어도 쓸리지 않는 비광의 ‘끈기’를 배우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그저 비광의 의미를 살펴보자는 것이지 화투를 열심히 끈기 있게 치라는 것은 아니니 부디 오해는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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