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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6 따뜻한 남자가 되는 법

따뜻한 남자가 되는 법

회사 근처에 자주 가는 식당이 하나 있다. 먹을만한 메뉴라고는 된장찌개와 된장과 부추를 비벼먹는 비빔밥 밖에 없고, 인테리어라고는 벽에 붙은 오래된 거울 하나 밖에 없는 그런 투박한 식당인데 늘 그곳은 사람들로 붐빈다. 젊은 아가씨가 웃으면서 서빙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주머니들이 투박하게 양은냄비 비슷한 걸 막 던지는데도 젊은 총각들이 많이 있고, 천장이 좁고 의자가 불편해서 아가씨들이 싫어할 것 같은데도 젊은 여성들도 눈에 많이 보인다. 왜 도시 사람들이 이 투박한 된장찌개를 먹으러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까?

세상이 최첨단 디지털로 흘러갈수록 사람들은 아날로그적 감수성에 사로잡힌다. 된장찌개 앞에 ‘시골’이라는 단어 하나만 붙였을 뿐인데 그냥 된장찌개 보다는 ‘시골 된장찌개’가 왠지 더 정성스럽고 정감 있게 느껴지는 것도 도시인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작은 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감수성을 자극하는 전략을 연애에 응용해 보면 어떨까?

따뜻한 남자가 되는 법

자료출처: 영화<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중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윤규씨, 여자친구에게 자신이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따뜻한 남자라는 것을 어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1. 따뜻한 사케를 함께 마신다.     2. 뜨거운 호빵을 같이 먹는다.
3. 따뜻한 모텔로 데려간다.        4. 지하철로 집까지 바래다준다.

1번과 2번처럼 따뜻한 사케를 마시거나, 뜨거운 호빵을 먹는 것은 따뜻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잠시뿐이고, 3번 따뜻한 모텔로 데려가는 것은 몸은 따뜻해(?)질 지 모르나 마음까지 따뜻해질지는 미지수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나는 4번을 추천하고 싶다. 하루는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를 집까지 바래다주러 지하철을 타고 가는 길이었는데 역 한 구석에 나이 많은 할머님 한 분이 상추와 나물 같은 것들을 팔고 계셨다. 평소 현실적이고 냉정한 나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은 추운 날씨 탓이었는지 입김을 불며 나물을 다듬으시는 할머님이 안쓰러워 나물을 조금 사드렸다. 할머님께 많이 파시고 감기 조심하시라는 말을 드린 후 비밀봉지에 나물을 받아 지하철 역을 나오는데 여자친구가 물었다. “근데 그거 어떻게 먹는 줄은 알아?” “당연히 모르지!” “근데 뭐 하러 샀어? 돈 아깝게” “내가 요만큼이라도 사드려야 저 할머니가 날도 추운데 집에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시지, 이거 네가 가져가서 어머니랑 같이 먹어”이렇게 여자친구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밤에 전화통화를 했더니 여자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와 오빠한테 그런 면이 있었네, 엄마한테 나물 주면서 오빠얘기 했더니 좋은 사람 같다고 그러더라’ 그 다음부터 나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껌을 파는 할머님이 오시면 예전에는 ‘저 할머니가 나보다 연봉이 높을지도 몰라 ‘내가 불우이웃인데 누굴 도와?’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여유롭게 1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껌을 한 통 사드리고 할머님께 ‘많이 파시고 건강하세요’ 라는 인사까지 드리는 사람이 되었다.

연애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서는 서로의 사소함 모습을 보면서 그 사람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를 그리게 되고, 이 때 형성된 모습은 꽤나 오래 남아 이후 서로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연애를 시작할 때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기를 권하고 싶다. 뭐 평소에 사회의 온정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던 사람이라면 굳이 이런 방법을 사용할 필요는 없겠지만, 다만 나처럼 법 없이는 못 사는 남자라면 앞으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천 원짜리 한 장 아끼지 말고 주머니에서 꺼내는 따듯한 남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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